스위스의 1500개 호수
스위스에는 약 1500개의 호수가 있다. 여기에는 늪과 강들도 포함된 것이며 이들은 약 4%의 영토를 차지한다. 유럽의 6% 식수원이 스위스에 있다고 하는데, 스위스의 알프스 산지에서 녹는 눈이 여름에는 라인강을 비롯한 주위의 여러 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이다. 이렇게 스위스는 작은 나라지만 유럽의 물 저장고 역할을 하며, 수질 면에서도 뛰어나 거의 모든 스위스의 호수와 강에서 수영과 물놀이가 가능하다.
(스위스 지도. 파란색 부분이 스위스의 대표적인 큰 호수들이다. 한눈에 딱 봐도 큰 호수들이 세네 개 눈에 들어온다.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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빙하가 만들어 낸 호수들
스위스의 호수들은 대부분 빙하기 때 형성되었다. 이 중 가장 큰 호수는 제네바 호수(Lac Léman/Genfersee)인데, 프랑스와 스위스의 경계에 놓여있고, 서유럽에서 가장 큰 호수이기도 하다. 이 외에도 노이샤텔 호수(Neuchatel/Neuenburgersee)와 보덴 호수(Bodensee, 독일 국경에 걸쳐짐), 취리히 호수(Zürichsee)가 큰 호수들에 속하며 알프스 위로는 툰 호수(Thunersee), 브리옌즈 호수(Brienzersee), 주그 호수(Zugersee) 그리고 루체른 호수 또는 휘어활트슈태터 호수(Vierwaldstättersee) 등이 크고, 알프스 아래로는 이탈리아 국경에 부분적으로 걸쳐져 있는 루가노 호수(Luganersee)와 랑엔 호수(Langensee/Lago Maggiore) 등이 있다.
(제네바 호수 Genfersee. 큰 반원을 그리며 쏘아 올려지는 제트물살은 제네바 호수의 볼거리이며 무려 140 미터 높이에 이른다. 출처: Unsplasch)
(브리옌즈 호수 Brienzersee, 출처: Unsplasch)
(툰 호수 Thunersee. 에메랄드 물빛이 아름답다. 출처: Unsplasch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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서울 한강 vs 스위스 호수
이렇게 많은 호수들 중 내가 한 번이라도 본 호수는 작은 것들까지 합치면 20여 개 정도 되는 것 같다. 보고도 기억 못 하는 것들도 많을 것이다. 그만큼 호수들은 스위스 구석구석 모든 지역에 걸쳐 분포가 되어있다. 이러다 보니 어쩔 땐 보고도 별 감흥 없이 지나갈 때도 있는 것이다. 하지만 서울도 한강 뷰가 좋은 아파트가 더 비싸듯이 여기도 호수의 전경이 얼마나 좋으냐에 따라 집의 가격이 달라진다. 물론 한강이건 호수건 같은 뷰를 매일 바라보고 산다면 그 특별한 아름다움에 점차 무감각해질 수도 있다지만, 시야를 확 트이게 하는 사시사철 다른 느낌을 주는 호수를 보며 아침을 맞이하고, 저녁에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다면 정말 멋질 것이다.
내가 사는 집에서도 창문으로 내다보면 취리히 호수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기는 하지만, 사는 층 수가 높지 않아 안타깝게도 호수면이 많이 보이지 않고, 그 마저도 건물들에 가려져서 건너편 호숫가의 마을들과 그 뒤로 낮은 병풍처럼 마을을 감싼 산들이 보인다. 그래서 오히려 해가 질 때 석양의 하늘이 예쁘고, 더 어두워지면 마을의 불빛들로 인한 야경도 나쁘진 않다.
야경 하니 생각나는데, 사실 개인적으로 서울은 한강의 야경 뷰가 낮보다 더 멋있는 것 같다. 왜냐하면 한강 뷰는 한강 자체라기보다 굽이 굽이도는 한강을 끼고 들어선 고층 빌딩들과 다리들, 거리의 가로등과 그 위를 달리는 자동차의 불빛등으로 인해 엄청나게 화려한 도시 전체의 그림이 주된 매력이기 때문이다. 그래서 고층으로 가면 갈수록 그 뷰가 더 환상적이고 고층아파트의 인기가 더 좋지 않은가... 반면 스위스 호수 뷰는 낮이 더 아름답고, 그 이유는 그 호수와 그 주위 환경이 주는 자연의 아름다움이 주된 매력이기 때문이다. 밤의 호수는 칠흑같이 어둡고 도시의 불빛도 서울보다 화려하지 않다. 한강의 화려한 야경을 내려다보며 좋은 이와 와인 잔을 부딪히는 것이 스위스 호숫가의 밤 보다 더 도시적이며 세련된 느낌이 들 것 같다. 하지만 해 뜰 때의 아침과 해가 질 때의 저녁의 하늘이 주는 아름다움은 서울에서도, 취리히에서도 아니 이 세상 하늘이 보이는 곳이라면 어디든 공평히 똑같이 즐길 수 있다.
취리히 시내에 있는 호텔 슈토르흐 Hotel Storch(황새라는 뜻)에서 바라본 호수야경. 취리히 시를 가로진 강이 호수로 모이게 되는데 이 강 이름은 리마트 Limmat이다. 그래서 취리히는 리마트의 시라고 불리기도 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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등산과 여행을 사랑하는 스위스 사람들
스위스 사람들은 등산을 사랑하고 여행을 참 많이 다닌다. 어딜 가나 등산복에 배낭을 멘 사람들이 기차역마다 가득하다. 취리히에서는 동서남북 어느 방향이든지 기차로 쉽게 이동할 수 있고 아무리 멀어도 반나절 이내면 스위스 내의 멋진 산들에는 다 도착할 수 있다. 가파른 산등성이를 오르는 톱니바퀴 산행기차 또는 케이블 카 등을 만들고 가파른 산 꼭대기에 건물들을 지어내는 스위스의 기계, 건축공학 또한 세계최고로 발달해 있다. 등산로도 잘 가꾸어져 있고 등산객들을 위한 곳곳의 산장호텔이나 레스토랑들도 많다. 또 그릴을 하거나 피크닉을 위한 장소도 잘 마련되어 있다.
(나이와 성별에 관계없이 스위스인들은 등산과 여행을 위해 돈과 시간을 많이 할애한다. 출처: Unsplasch)
(니젠기차, 뮬레넨 Niesenbahn, Mülenen, 이 가파른 산 비탈길을 운행 중인 빨간 산행기차, 출처: Unsplasch)
(케이블 카, 뮤렌, 라우터브루넨 Mürren, Lauterbrunnen. 스위스에는 정말 다양한 크기와 종류의 케이블 카 가 있다. 출처: Unsplasch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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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는 스위스의 호수
보편적으로 저지대에 있는 큰 호수들은 주변에 도시와 마을들, 선로와 도로망등이 잘 갖추어져 있으나, 높은 산 위의 상대적으로 작은 호수들은 대부분 천연의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거나 혹은 사람의 손길을 최소한으로 제한해서 자연 본연의 모습을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. 도시에서 우아한 복장으로 호수가 보이는 카페나 레스토랑에 앉아 즐길 수도 있지만, 등산화를 신고 선크림을 바르고 샌드위치를 싸 들고 나서는 등산 겸 호수여행은 자연과 함께라서 더욱 힐링이 된다.
(마터호른이 보이는 리펠호수의 등산로 Riffelsee Wanderweg. 출처: Unsplasch)
(아롤라 에볼렌 Arola, Evolene. 이쯤 되면 거의 완벽에 가까운 미러링이다. 출처: Unsplasch)
다음 편에서는 스위스를 주 (Kanton) 별로 나누어 천천히 각 주에 있는 호수들의 이름과 특징들을 간단히 알아보려 한다. 이렇게 분류, 정리하며 한 테마를 공부하니 다시 대학생이 되어 리포트를 쓰는 것 같고, 다시 젊어진 것 같아 기분이 좋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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